2021.11.06 ~ 2021.11.28

아트 매치-매시업 Art match-mashups : 예술을 배운 기계, 인공지능을 만난 예술의 융합

#인공지능과예술#AIandart#기술과예술#오픈스페이스블록스#영은미술관

영은미술관에서는 인공지능을 매개로 다섯 명의 시각예술가와 서울과학기술대학 지능형미디어연구센터의 다섯 연구원이 협력 프로젝트로 진행해 온 그동안의 성과를 연구 프로세스와 전시로 구성한 특별한 기획전이 제1전시장에서 진행된다.

  • 작가

    김창겸 · 양대원 · 유한이 · 이돈순 · 홍경택

  • 전시장소

    영은미술관 제1전시장

  • 휴관일

    월·화요일

  • 문의

    031-761-0137

  • 주소

    경기 광주시 청석로 300

전시소개/

오픈스페이스 블록스의 기획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과 기술융합 지원 사업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김창겸, 양대원, 유한이, 이돈순, 홍경택 작가의 스타일을 대량 학습한 인공지능이 다섯 작가의 진술(Artist's Statement) 내용을 토대로 인공지능의 새로운 작품들(생성물)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작가 고유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최종적인 작품을 만들어 가는 변증법적 창작 협업을 실험했다. 그동안 서울과학기술대학 지능형미디어연구센터에서는 지도교수 박구만 교수의 지원과 기술 감독인 조형래 작가의 연구를 필두로 장일식, 고영찬, 장준영, 장찬호 연구원이 팀을 구성하여 다섯 작가의 작품 스타일과 진술 내용에 맞는 기계 학습을 반복하였고, StyleGAN2-ada, Pix2pix HD 등 인공지능 기반 기술의 성능을 향상시키면서 예술적 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융합 가능성을 타진했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활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예술과 창작 분야에서도 수많은 데이터 학습을 바탕으로 편리성, 유희성, 창의성, 기술적 조작에 따른 가변성, 제작 과정에서의 노동의 분담까지 다기능의 역할을 수행해내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알파고 이후 특정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기량을 압도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은 이미 상식처럼 통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기계학습을 통해서 작가를 흉내 내고 작가가 진술한 텍스트 내용을 반영하여 궁극적으로 사람을 눈속임할 수 있는 예술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여부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회화적 착시를 만들어 관객의 눈을 매혹시키고 감동을 선사하던 전통적 미술의 역할을 그대로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전시의 타이틀인 <아트 매치-매시업Art match-mashups>은 시각예술을 공통분모로 작가의 자유로운 창작품과 그 창작 기술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제작한 작품(생성모델 결과물)을 단계별로 비교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의 만남을 통한 새로운 창조적 가능성을 시현한다는 융복합 프로젝트의 의미를 압축해 준다. 이는 ‘여러 자료에서 요소들을 따와 새로운 노래·비디오·컴퓨터 파일 등을 만드는’ 매시업(Mashup)처럼, 인간과 인공지능을 넘나들며 개성이 담긴 다양한 창작 정보(콘텐츠)와 테크놀로지를 교환·혼합·응용함으로써 새로운 유형의 창작물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예술가 고유의 창작 기법과 작품 내용의 진술 등을 빅데이터로 학습하여 콜라주 형식의 인공적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작가는 이를 토대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모티브를 도출하여 공통의 학습 과정이 포함된 최종 작품을 창작하는 변증적 실험의 장을 전시로 구성함으로써 인공지능과 예술가의 창작활동 성과를 평가한다.


그동안 예술과 기술을 결합해 보려는 협업 시도가 있어 왔으나, 단순히 기계와 사람의 기술적 능력을 비교하는 차원이 아니라, 현재 활동 중인 특정 작가의 기존 작품 스타일과 작가 진술(Artist's Statement)을 인공지능에게 학습시켜 다양한 생성물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작가들이 재해석하여 최종 작품을 제작, 발표, 평가한다는 통합적 구성의 전시와 학술 연구의 창작 협업은 그 사례를 찾기 어렵다. 예술과 인공지능의 결합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술 융합의 본격적인 첫 연구 사례라 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이미 오랜 기간 시각예술에 종사해 온 작가들의 축적된 경험을 인공지능과 공유하고, 또한 작가들은 인공지능을 하나의 조력자 역할로 수용함으로써 학습과 창작의 협업 과정에서 공통점과 차별점을 만들어 간다는 능동적 프로세스가 담겨 있다. 그간 연구된 인공지능의 창의성은 작가 진술(Artist's Statement)을 포함하는 직관과 판단력 등 인간 고유의 영역을 대체한다기보다는 이미 주어진 데이터의 기계학습을 통해 콜라주 형태로 결합하고 변형하는 진화의 단계에 머물렀으며, 기술적 진보가 인간의 고유한 경험적 진실을 모사해 내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아트 매치-매시업Art match-mashups> 프로젝트는 각기 개성이 다른 다섯 작가의 화풍을 학습하여 대량의 생성 이미지를 만들어낸 인공지능의 놀라운 기술적 진화를 과정적으로 진단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과 인간, 인공지능과 예술의 만남을 통하여 구현해 갈 수 있는 창작과 예술적 변용 가능성, 그리고 인간의 조형력 및 대체 불가능한 시각 경험에 대해 확인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또한 전시 형식을 통하여 학습 데이터 세트 구축과 작가 신작 제작 흐름도, 작가 기존 작품, 작가 제시이미지, 작가 진술(Artist's Statement), 인공지능 최종 생성이미지, 작가 최종 작품, 다섯 작가의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및 생성물을 통합한 대형 영상작품, 그리고 인공지능 보간 영상(interpolation), 관객 설문과 선호도 평가를 위한 100점의 인공지능 생성물, 대량의 인공지능 생성물을 파일화한 아카이브 공간 등을 전시장 동선을 따라 구현하였다. 전시에 담긴 이번 프로젝트의 내용은 학술 연구 및 논문 발표 형태로 정리되며, 전시 기간 중 작가와 인공지능 결과물에 대한 최종 관객 평가로 마무리된다. 



Art Match-Mashup _ Convergence of art that meets AI and machine that learns art


The exhibition was planned by open space BLOCK’s and sponsored by Art Council Korea(ARKO) as part of a project to bring art and technology together. The exhibition represents an experiment in creating art according to a dialectic approach whereby AI massively learns the different styles of the five featured artists, namely, Kim Changkyum, Yang Daewon, Yoo Han-yi, Lee Donsoon and Hong Kyoungtack, and creates new works of art (products) based on the descriptions provided by the five artists. Then, the artists reinterpret the AI-created outcomes or products by incorporating their own unique perspectives in order to come up with their final works. In the meantime, four researchers, Jang Ilsik, Ko Youngchan, Jang Junyoung, and Jang Chanho, of the Intelligence Media Research Center formed a team supervised by professor Park Kuman and led by artist Cho Hyungrae, the technical director of the project. The team went through repeated machine learning of the five artists’ styles and descriptions, improving the performance of the AI-based technology - including StyleGAN2-ada and Pix2pix HD - in the process and exploring the possibility of merging artistic data and AI. 


AI, which is deeply and widely embedded in our lives, is known for its ability to perform multiple jobs in art and creative activities, through machine learning involving big data, resulting in convenience, playfulness, creativity, changeability via technological manipulation, and increased labor efficiency in the art production process. Particularly, AlphaGo has made it common knowledge that AI can surpass humans in certain fields. In this context, it remains an intriguing question whether or not AI can mimic certain artists through machine learning and ultimately create art that can fool people’s eyes, based on the descriptions of the artists. In other words, can AI create an optical illusion in painting that can replace conventional art by captivating the viewers and touching their hearts? 


The exhibition title “Art Match-Mashups” succinctly summarizes the significance of the convergence project, i.e. comparing and analyzing original works of art created by the artists based on the common thread of visual art, and the outcomes produced by AI that has learned the techniques of the same artists, in different phases, and ultimately testing the possibility of creating art through collaboration between humans and AI. Like a mashup that takes content from different multiple sources and blends them to create new songs, videos, or computer files, this project aims to freely cross the boundaries of humans and AI and develop new forms of creative work by exchanging, integrating and applying the artists’ unique creative data (content) and technology. In the process, AI learns the artists’ unique techniques and uses the descriptions of their works as big data, creating artificial art in the form of a collage. Then, the artists come up with new ideas and motifs and create their final works, which include the collective learning process inherent to them. This dialectic experiment in creating art is what the exhibition is all about. The exhibition also provides a forum where people can come and appreciate the joint creative works of AI and the artists. 


This is not the first project of its kind to bring art and technology together. However, previous attempts focused on merely comparing the technical performances of machines and humans. This project is unprecedented and unique in that AI learns the unique styles of particular artists and their descriptions of their own works and then produces various outcomes, after which the artists reinterpret the AI-created works and create their final works for presentation and evaluation in an exhibition in a unique style that combines both the process and the outcomes and features academic research and artistic creation. In this sense, the exhibition, which is the first research project to present the possibility of collaboration between practicing artists and AI in a dialectic approach, includes an active process in which the artists share their long-accumulated creative experience with AI and embrace AI as a source of support, thereby finding common ground and identifying differences between the two in the collaborative process of learning and creation. This indicates a step forward in the evolution of human creative experience. In other words, while research in visual art had become bogged down in the phase of AI machine learning and the production of results, this project actually attempts to show that the barriers between AI and humans can be brought down and creative works can be taken to a new level by blending human experience and thinking processes into the process of creating art.


Art Match-Mashups will show you a large quantity of images that AI has created by learning the unique styles of the five artists, which will help you to understand the different phases of AI’s technological evolution. In addition, the project will be a unique opportunity to glimpse the possibilities that can be unleashed when technology and humans work together and when AI and art meet, including creation, artistic changeability, humans’ formative ability, and irreplaceable perspectives. 

The exhibition adopts the unusual format of displaying, along the visitors’ movement path, constructing learning data sets, the production flow of the artists’ new works, their existing works, the statements of the artists, the final AI-created images, the final works of the artists, a large-scale visual artwork that combines the data AI has learned and the outcomes, AI interpolation, 100 AI-created items to be used in an audience survey and preference voting, and an archive of large quantities of filed AI-created items. The content of the project on display will be compiled as part of a research project and the findings will be published as an academic thesis. The project will conclude with a final survey of the artists and the AI-created outcomes during the exhibition period.



작가 노트/

김창겸 

제시 이미지(영상): 봄의 향연_단채널 비디오_3분 10초_2019-2021


봄의 향연으로 묘사한 영상 속의 봄은 매년 우리가 맞이했던 이전의 봄이 아닙니다. 세계를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를 이겨낸 의지와 극복의 봄이자 인류가 전에 없던 희망의 불씨로 새롭게 맞이해야 할 생명의 봄입니다. 이러한 강력한 극복의 의지와 기대감을 우주의 충만한 에너지의 움직임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노루가 뛰어놀고 사람이 자유로이 걸어 다니는 평화의 터전에 나비가 날며 꽃이 피는 생명의 낙원, 아름다운 춤으로 시각화된 세상의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최종 작품: 인공지능과 만다라_단채널 비디오_3분 23초_2021

'어느 날, 붓다는 많은 제자 앞에서 설법하기 위해 제자들 앞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붓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연꽃 한 송이를 들고만 있었다. 제자들은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 고민했지만,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마하카샤파라는 제자가 빙그레 웃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붓다는 침묵을 깨고 선언했다. "나의 법을 저 마하카샤파에게로 전하노라"라고 했다.'

최종 작품인 <인공지능과 만다라>는 부처가 말없이 꽃을 든 이유를 제자인 마하 가섭(마하카샤파)이 이심전심으로 이해했다는 염화미소(拈華微笑)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한 송이 꽃이 피어나니 수천, 수만 송이가 피어나는 것처럼, 이 우주는 하나로 연결된 것이라는 연기(緣起)적 의미에서, 꽃을 소재로 만다라의 세계를 인공지능과 결합하여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인공지능이 탱화, 우리나라 전통 문양, 만다라 등의 이미지를 학습하여 만들어낸 새로운 생성 이미지를 영상으로 확장하고 삼라만상, 우주를 상징화했습니다. 한국화에서 다시점을 한 작품에 담을 수 있는 산점투시를 사용하듯 중복시점으로 다차원의 공간을 영상에 표현하고자 주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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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원 

제시 이미지: Doubt-Tears3_광목천 위에 한지, 아크릴, 토분, 아교, 커피, 린시드유_150x150cm_2008

최종 작품: 선명한 기억_광목천 위에 한지, 아크릴, 토분, 아교, 커피, 린시드유_150x150cm_2021


강렬하게 대비되는 원색의 화면구성과 인상적인 인물상(동글인)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간결하고 상징적으로 그려냅니다. 광목천과 한지를 바탕으로 주로 아크릴 물감과 아교, 토분, 커피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그림을 완성합니다. 화면 바탕에 반영된 특유의 물성과 재질감은 이러한 재료를 혼합하거나 특유의 기법으로 반복해 사용함으로써 얻어낸 효과이자 오랜 경험의 산물입니다. 특히 여러 겹의 한지를 겹쳐 두텁게 만든 바탕 위에 송곳으로 예리하게 그려 나간 상감기법(象嵌技法)의 직선과 곡선의 묘사는 형상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구획하면서 화면에 긴장감을 부여해 줍니다. 그간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에 몰두해 왔고, 자신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하여 사회, 국가, 인류 전체의 역사로까지 사유의 범위를 확대하는 중입니다. 누구나 쉽게 공감하면서도 왠지 모를 호기심과 의구심 등 여운을 자아내는 풍자로 현대 사회의 본질을 통찰하고 은유하도록 만드는 것이 작업의 공통된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작가의 스타일을 학습하였으면서도 기발한 형식과 형태감으로 또 다른 상상력의 가능성을 보여 준 인공지능의 생성 이미지를 선별하고, 거기서 추출한 형상을 적극 활용하여 특유의 기법과 결합함으로써 최종 작품을 완성해냈습니다. 즉, 인공지능이 학습한 결과물을 최종 작품의 드로잉 과정에서 거의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작가와 인공지능이 조형의 맥락 속에서 의사 결정자와 조력자로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나는 너의 눈물과 너의 사랑으로 위장하여, 세상을 떠돌다가 너를 만난다. 

너는 고귀한 옷과 왕관으로 치장하였다. 심장은 보이지 않았다. 

예리하고 뾰족한 기억들이 오늘도 너의 꿈속을 가득 채운다.” 

인공지능과 공유한 작가 진술(Artist’s Statement)에 대한 최종 작업의 진술은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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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이 

제시 이미지: 투명한 집_장지에 채색_124x131cm_2016

최종 작품: 붉은 탑_장지에 연필, 채색_194x130.5cm_2021 / 붉은 탑_장지에 연필, 채색_119x96cm_2021


탑은 믿음의 체계를 상징적으로 구체화한 구조물이고,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탑을 조성한다는 것은 믿음의 흔들림, 불신, 회의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행위이기도 할 것입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상황은 지금껏 우리가 믿어오고 있던 질서와 체계, 문명의 방어막에 대해서 회의하게 했습니다. 커다란 불안과 공포가 휩쓸고 지나가며 텅 빈 거리 위의 세상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과 전혀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의 희망을 황량하고 적막한 화면을 채우며 자리잡은 육중하지만 모호한 탑으로 표현해보았습니다. 최종 작품 <붉은 탑>은 원래 9층으로 축조되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3층만 남아있는 분황사 모전석탑을 복원된, 혹은 복원되어가는 형상으로 표현했습니다. 남아있는 3층까지는 원래의 형식을 따르되, 나머지 층들은 ai의 중간 결과물들을 참고한 새로운 규칙에 따라 구축했습니다. 

 또 하나의 최종 작품 <성실한 선들의 형상>은 ai의 작업들을 보면서 받은 영감을 보다 적극적으로 담아본 작업입니다. 기존의 작업은 자를 이용하여 일정한 간격의 격자를 그리고, 격자에 맞춘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직선들로 형상을 구축하는 방식을 따릅니다. 규칙성을 가지며 만들어지는 기존의 조형과 다르게 ai의 중간 결과물들은 변칙적이고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자연스럽고 우연적인 요소를 담기 위해서 거친 표면을 가진 종이 위에 자를 이용하지 않고 선을 그어 표면을 따라 진동하는 불규칙한 간격을 가진 격자를 만들었습니다. 불규칙한 격자를 따라서 그어진 선들 역시 구불구불하며 예측할 수 없는 성질을 갖게 되었습니다. 종이의 표면에 따라 진동하는 격자가 서로 만나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면서 교차점들이 모호해짐에 따라 길을 잃은 선들에 결절들이 맺히기도 했고, 거듭된 수정의 과정에 의해서 거친 선의 질감이 만들어졌습니다. 선질 이외에 채색의 과정에서도 기존의 반듯한 채색에 비해서 조금은 거친 붓질을 함으로써 새로운 질감과 형상을 시도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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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순 

제시 이미지: Playback-사라지는 건우아파트_캔버스 천에 디지털 프린트_50x50cm_2021 

최종 작품: 창(窓) 연작_미송나무 패널에 못, 나사, 버려진 방범창_109x75.7, 85x50.3, 163.4x146.5cm_2021


인공지능이 디지털 기반의 신경망 학습 프로그램이라는 것, 그리고 인공지능의 기술적 경계는 결국 기계가 인간을 속일 수 있는 단계에서 정점을 이룰 것이라는 관점은 예술과 인공지능의 협업 프로젝트에서도 중요하게 고려되었던 면입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기계 학습을 통해서 작가를 흉내 내고 작가가 진술한 텍스트 내용을 반영하여 사람을 속일 수 있는 예술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여부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저의 작업은 현실 공간에서 겪는 사회적 문제나 삶의 체험을 주제로 다루면서 못과 망치, 나무판 등 손에 잡히는 소재와 물질적 기반 위에서 다루어집니다. 그렇기에 적극적인 몸의 수행을 통하여 주제성으로 나아가는 경험의 축적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성격적 차이가 출발지점에서부터 드러나는 차별점이면서 동시에 인공지능과의 공학적 협업 과정에서 풀어 가야 할 난점이었던 셈입니다. 때문에 인공지능과의 기술적 소통 과정에서는 프로그램에 적합한 디지털 이미지, 즉 얼핏 보면 못 작업과 스타일이 유사한 제시 이미지를 작가 진술(Artist’s Statement)과 함께 인공지능에 제공했고, 주로 표현의 기반이 되는 드로잉과 사진 등 아이디어 차원의 소재를 공유하면서 형태 변환 같은 기계적 실험을 모색했습니다. 그런 다음 대량 학습되어 나온 생성물을 선별하고 다듬어 최종 작업인 <창窓> 시리즈의 배경으로 사용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인공지능에 마을의 현실 풍경을 학습시키고 증폭시켜, 기술과 자본의 시대 속에서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공간, 포크레인으로 표상되는 개발과 파괴의 마을 현장을 작업 속에 담아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못과 합판, 방범창 같은 소재의 조형적 결합이나 오브제 작업이 내포하고 지시하는 체험적 의미의 세계를 말합니다. 못과 부서진 합판으로 묘사된 마을의 현실을 에워싸고 있는 방범창은 얼마 전까지 사람이 체온을 나누며 살던 집을 보호해 주던 시설물이자 재개발 등으로 버려진 뒤 수집되어 작품의 일부로 재활용된 것입니다.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과 시선(창窓)을 상징하고 암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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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택 

제시 이미지 <A cyborg human King_acrylic & oil on linen_45.5x37cm_2002>

최종 작품 <무제_acrylic & oil on linen_163x130cm_2021>


그동안 펜(Pens) 시리즈, 서재(Library) 시리즈, 훵케스트라(Funkchestra), 모놀로그(Monologue) 등의 회화 작업을 통해 현대의 삶 속에 내재하는 인간의 욕망을 화폭에 담아 왔습니다. 이를 위해 서재나 펜 시리즈 등에서처럼 작품 안에 주로 캔, 필기구, 책, 해골 등을 묘사하면서 대부분 플라스틱의 매끈하고 촉각적인 질감과 화려한 색채를 표현의 주조로 삼았습니다.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에 가장 유용하면서도 가장 천대받는 물건이며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일탈적인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림의 주된 소재로 등장하는 플라스틱의 이 같은 속성은 누구나 드러내고 싶은 욕망과 숨기고 싶은 욕망을 동시에 소유한 사람들의 모습과도 상통합니다. 이러한 인간 심리나 내재된 강박증을 극대화하고자 사실적으로 처리된 사물을 화면 가득 배치하여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거나 회화적 요소와 디자인적 요소의 구성적 절충을 지속적으로 시도해 왔습니다. 때로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영감을 주는 대중문화의 아이콘 톱스타들을 그림 속에 등장시키기도 하지만, 이 또한 큰 틀에서 인간의 욕망이라는 본원적 동기와 사회적 심리를 담고 있습니다. 항상 동시대의 감수성과 흐름을 함께 담아 가려 노력하고, 때로는 그것을 반 발자국 정도 앞질러 나갈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번 협업 전시의 최종 작품 제작에서도 같은 맥락을 유지하면서, 아직은 낯선 분야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과 예술의 융합을 통하여 새로운 시너지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로봇은 이제 우리 삶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친구이자 익숙한 사물이 되었습니다. 통상적으로 대단히 무거운 소재로 만들어지는 게 로봇이지만, 이를 차갑고 날카로우면서도 한편으로 안이 텅 비어있을 것 같은 가벼운 느낌의 매끄러운 표면으로 묘사하여 로봇과 기계적 감수성에 깃든 인간의 심리와 문명의 속성, 현실과 비현실, 불행과 욕망 등 양립적인 삶의 속성을 이중적으로 담아냈습니다.



1 김창겸, 양대원, 유한이, 이돈순, 홍경택 작가와 인공지능의 협업 프로젝트 '아트 매치-매시업' 전시 전경(영은미술관) 및 학습 데이터 세트, 생성 이미지, 보간 영상interpolation 등으로 구성된 아카이브. 


2 인공지능과의 협업 과정을 보여주는 홍경택 작가의 전시 전경(영은미술관). 중앙의 작가 진술을 축으로 왼쪽엔 제시 이미지, 오른쪽엔 인공지능의 최종 생성물을 배치했다.


 

3 인공지능과의 협업 과정을 보여주는 양대원 작가의 전시 전경(영은미술관). 작가는 최종 작품에서 인공지능의 생성 이미지를 차용, 자신의 기법 속에 녹여냄으로써 협업의 가능성을 극대화했다. 


4 인공지능과의 협업 과정을 보여주는 이돈순 작가의 전시 전경(영은미술관) 및 최종 작품 디테일. 작가는 학습을 통해 생성한 인공지능의 생성물을 선별하고 드로잉으로 다듬어 최종 작업인 창窓 시리즈를 완성했다.


 

5 인공지능과의 협업 과정을 담은 김창겸 작가의 전시 전경(영은미술관). 영상을 매개로 작업해 온 작가는 만다라 등 종교적 이미지를 작가 진술과 함께 제시하여 추출된 인공지능의 생성물을 토대로 영상 작품을 만들었다. 



6 인공지능과의 협업 과정을 보여주는 유한이 작가의 전시 전경(영은미술관) 및 최종 작품 디테일. 규칙적인 직선들로 형상을 구축해 온 작가는 이번 협업 프로젝트에서 인공지능의 불규칙하고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최종 작업에 수용했다. 
 


작가약력/

김창겸은 한국에서 회화, 이태리에서 조각을 전공하였지만 1995년 독일 뒤셀도르프쿤스트아카데미 시절, 우연히 구매한 중고 빔프로젝터를 계기로 영상작업을 시작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한편으로 최근 돌 작업을 다시 하기 시작했고, 일찍이 아들에게 붓과 물감을 물려준 뒤로 시간이 없어 미뤄두었던 그림 그리기는 늘 마음 한편에 남아있다. 2004년 광주비엔날레를 보이코트한 이래 20년 가까이 개인 신분으로 미술계의 제도​를 바꾸려 노력했고, 2020년 한국미디어아트 협회를 만들어 공적인 직책을 가지고 본격적인 제도개선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력해 가고 있다.


양대원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사회와 국가, 인류가 겪고 있는 전쟁, 빈곤 등 역사적 문제로 의식의 범위를 확장해 가고 있다. 특히 노랗고 동그란 가면을 쓴 ‘동글인’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삶의 여러 단면을 단순화하여 상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누구나 쉽게 공감하면서도 왠지 모를 호기심과 의구심 등 여운을 자아내는 풍자로 현대 사회의 본질을 통찰하게 하는 힘이 있다. 양대원은 갤러리담, 동산방갤러리, 사비나미술관, 금호미술관, Usine Utopik 등 20여 회에 이르는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송은문화재단, 아라리오 갤러리 등이 있다.


유한이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2002년 첫 개인전 이후 “미궁”(노암갤러리, 2015),“투명한 집”(갤러리 도올, 2016),“유한이: 건들다”(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2018),“도-성-사-이”(60 화랑,2019)등 9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그 외 “성시도”(정부서울청사갤러리, 2021). “숨”(수애뇨 339, 2020), “성남의 얼굴전-집”(큐브미술관, 2019), “낮고 높고 좁은 방”(갤러리 구루지, 2017)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이돈순은 못과 망치를 이용한 '못 그림'(철정회화鐵釘繪畫)으로 인간과 자연을 둘러싼 삶의 이야기를 표현해 왔다. 그 과정에서 조형의 근본 요소인 점(Nail drawing) 또는 선(Leaf drawing)을 집적해 나가는 부조적 형태의 작업을 실험하거나, 일상과 폭력, 마을과 개발, 문명과 자본, 환경과 재난 등 현실 문제를 작업의 모티브로 삼는다. 못은 조형의 단위, 오브제나 질료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현상의 앞면과 뒷면, 구조적 결속과 상처, 평면 위의 그림자로부터 뒷받침되는 서사의 경험 등과 두루 연관된다. 한편으로 성남 원도심에 자리한 오픈스페이스 블록스를 운영하면서 마을 및 공공미술 관련 기획과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홍경택은 2000년 인사미술공간 기획전:신전을 거쳐 2001년 한국현대미술 신세대 흐름전:이야기그림, 2005년 아르코 미술관 기획전:훵케스트라, 번역에 저항한다, 2007년 한중수교 15주년 기념전, 한국 현대미술 중남미 순회전:박하사탕, 2008년 한국 현대미술 러시아전, 2009년 A different similarity, 2010년 두산갤러리 뉴욕 레지던시 및 개인전, 2011년 Fashion into art, 2012년 광주시립미술관 20주년 기념전 등에 참여했다. 1917-18년에는 뉴욕 스토니브룩대학교 찰스B.왕센터와 클리브랜드 미술관의 조선 궁중화, 민화걸작전에 참여했으며,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 기념전:광장에 이어 대구 인당뮤지엄에서 회고전을 개최했다.



전시참여/

작가: 김창겸 · 양대원 · 유한이 · 이돈순 · 홍경택

인공지능 기술감독 조형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지능형미디어연구센터 연구원)

인공지능 SW개발: 고영찬·장준영·장일식·장찬호(서울과학기술대학교 지능형미디어연구센터 연구원)

인공지능 기술자문: 박구만(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보통신미디어공학 교수)

인공지능 데이터 전처리Ⅰ: 이나래·안시인·최나린·최정원

인공지능 데이터 전처리Ⅱ: 가천대학교 예술대학(강도연·김우섭·김유진·박규택·방현호·정가연·주재홍)

디자인: 이나래


기획: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후원: 영은미술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 예술과기술융합지원 사업으로 추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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