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식

드가: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낸 파리의 관찰자

드가는 〈에투알〉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 〈목욕통〉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정작 그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그리 많지 않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예술가 하면 으레 떠올리는 드라마틱한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렇기에 평탄한 삶 속에서 드가가 어떻게 혁명에 가까운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켰는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 출판사

    아르테(arte)

저자/

이연식 

화가가 되고 싶어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해 서양화를 공부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과정에서 미술 이론을 배웠으나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은 책을 쓰고 외국 도서를 우리말로 옮기면서 미술사 강의를 하고 있다. ‘전통’과 ‘혁신’이라는 이질적인 두 요소를 동시에 보여주는 예술가 드가에게 매료되어 이 책을 썼다. 지은 책으로는 《뒷모습》 《예술가의 나이듦에 대하여》 《불안의 미술관》 《이연식의 서양 미술사 산책》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그림을 보는 기술》 《한국 미술: 19세기부터 현재까지》 《신 무서운 그림》 《예술가는 왜 책을 사랑하는가?》 《컬러 오브 아트》 《몸짓으로 그림을 읽다》 등이 있다


책 속으로/

하지만 드가는 그런 예술가들과 달랐다. 그는 자연에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시선은 온갖 모순과 악덕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도시를 향했다. 사람과 현실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노동하는 여성을 그렸고, 공연하는 사람들을 그렸다. 클로드 모네와 알프레드 시슬레가 햇빛을 받은 수목과 강물을 그릴 때, 드가는 인공조명을 받으며 움직이는 발레리나와 가수를 그렸다. 드가는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었지만, 그의 작품들에는 어떤 방향성이 있었다. 그는 인상주의에 속했지만, 풍경이 아니라 인물을 그렸다. 경마와 발레를 그린 그림에서는 인물의 순간적인 동작, 역동적인 모습을 묘사했다. 그의 목표는 단순해 보였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바뀌는 세계의 모습을 붙잡는 것.
- 〈프롤로그〉 중

드가는 앵그르와 같은 차분하고 체계적인 예술을 추구하면서도 들라크루아의 자유분방함에 끌렸다. 그러다 보니 드가의 예술은 초기에는 앵그르적인 경향을, 후기에는 들라크루아적인 경향을 띤다. 엄격함과 자유로움, 치밀함과 즉흥성 사이를 드가는 평생 시계추처럼 오갔다.
- 〈1장 데생을 사랑한 예술가〉 중

모로는, 드가가 스쳐 갔고, 어쩌면 발을 담갔을, 하지만 남겨두고 떠나버린 세계가 지닌 이름이다. 드가와 모로, 잠깐이나마 같은 세계를 공유했을 두 사람의 궤도는 어긋나버렸다. 드가는 모로를 떠나 다른 선배를 찾았다. 새로운 선배의 이름은 ‘마네’였다.
- 〈1장 데생을 사랑한 예술가〉 중

드가는, 인상주의를 단순하게 정의하고 분류하려는 시도를 방해하는 존재이다. 인상주의에 대한 후대의 서술은 은연중에 ‘순수한 인상주의’를 구별하려 한다. 하지만 ‘순수한 인상주의’ 전시회를 굳이 따지자면 1874년의 첫 번째 전시회뿐이었는데, 그마저도 드가가 이 전시를 주도했다는 사실이 역설적이다.
- 〈2장 인상주의적이지 않은 인상주의 예술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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